■□ 시인의 자선시 그늘 이불 외 4편 장 순 금 저녁이 쓰고 남은 손바닥 만 한 온기에 그늘이 집을 지었다 한 번도 홀로 햇빛 속에 서 보지 못한 담벼락과 골목과 구석이 함축된 더듬더듬 어눌한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막다른 길 앞에 납작 엎드린 한 번도 젖어보지 못한 속내 안까지 샅샅이 비춘 햇살의 낯 뜨거운 흰 뼈들이 백야의 긴 밤을 오가도 등 뒤의 새벽은 보지 못해 지평은 밤을 나와 달빛 속 외딴방을 지나 홀로 노숙하는 저녁에 몸을 기댔다 지상에 지분 없는 남루한 발들이 평화 한 평 그늘로 들어가 이불을 덮을 때 뜬구름을 덮고 자던 허공이 온기로 데워진 그늘을 한 겹씩 끌어당겨 제 발등을 덮고 있었다 아브라함 병원 황금색 고딕체 간판이 우뚝 선 아브라함 병원 불임 노산 전문 병원이 상가에 들어섰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