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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가두는 일

[구름을 가두는 일 / 박동환] 비가 내리는 날 집안에 처박혀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템포가 빠르게 때론 느리게 경쾌한 왈츠가 되었다 느리고 웅장한 교향곡이 되었다 구름 지휘자의 손이 분주하다 창문 너머는 전쟁처럼 빠르게 빗물이 침투하고 집안은 전선에서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다 티브이에는 미군이 시작한 전쟁에서 도망하듯 활주로를 빠르게 벗어나고 버려진 나라 사람들의 아우성과 울부짖는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창 밖은 처량한 빗소리만 가득 울린다 저 지독한 구름은 누구를 위해 거세게 쏟아지는 것일까 개미 한 마리가 빗물에 쓸려 하염없이 떠내려가고 푸른 물기를 잃은 나뭇잎과 함께 물길을 따라 흙탕물에 뒹군다 구름을 가두고 싶은 충동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가두기 위해 흐려진 창을 닫고 돌아선다 먼 ..

좋은 시 모음 2021.09.23

배우는 마음

2021/ 9’ 22‘(수) 배우는 마음은 언제나 겸손한 마음, 그리고 늘 비어 있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무엇이나 채워 넣으려고 애쓰는 마음입니다. 배움에 몰두하는 시절은 언제나 희망에 차고 싱싱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배움을 박차버린 시간부터 초조와 불안과 적막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글을 배운다고 그것이 인생을 배우는 것은 아니며 학문을 안다고 그것이 인생을 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배움이 소재라는 것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교과서나 도서관에 쌓인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자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사람이 나와 함께 길을 가는데 그 두사람이 나의 스승이다. 착한 사람에게서는 그 착함을 배우고 악한 사람에게는 악함을 보고 자기의 잘못된 성품을 찾아 뉘우칠 기회를 삼..

좋은글 2021.09.23

그리운 모퉁이, 그대

시인의 마을 - [그리운 모퉁이, 그대 / 원재선] 바람의 수레로 옮긴 촘촘한 새털구름 사이 투명해서 시린 가슴하나 얼핏 빗장에 걸려 채곡이는데 접거나 펼치거나 이미 받아 든 허락 뭉클히 앓아봐야 가을인 것을 성근 바람 오가는 내 그리운 모퉁이도 키 낮춰 피워내고 싶은 코스모스 데려와 미열로 돋는 소름 잠재우려는 기다림의 책갈피를 한 장 한 장 넘기어 색깔 색깔로 꽃피워 볼꺼나 한 문장 안에 다 담을 수 없는 그리움끼리 모퉁이 돌아 악수하는 바람수레 위에 앉은 계절 오늘은 오솔길 따라서 들꽃 하나하나 아찔하게 꽃피워 간다 #시인의 마을 더보기 http://app.mypoem.kr/page2.php?cid=1266

좋은 시 모음 2021.09.23

허무

허무 / 이영애 어두움 속에서 별빛을 벗삼아 기억을 더듬는다 세월의 오솔길에서 청춘의 꽃으로 피어 비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며 열매 하나 맺으려고 태풍이 몰아쳐도 굳건히 버티고 기다렸는데 푸르름은 온데간데 없고 빛바랜 낙엽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나목이 된 휭한 가슴에 불어오는 매몰찬 찬바람에 고스란히 남은 것은 쌓이고 쌓인 외로움만 나의 가슴을 채우는구나 (((♡ 캘리그라피 속 길을 따라 / 정해란 - 문경숙작가 캘리그라피 전시회 감상 시 먹빛이 지나가는 세월 불러 세워 햇빛의 나침반을 읽어내고 때론 바람의 길을 따라 일으켜 쓴 한 획 한 획 그곳에선 맑은 새벽이슬로 농담(濃淡)도 조절하고 굵기와 기울기도, 강약도 맘껏 조절해 어절에서도 고임 없이 유려한 문장으로 흐른다 행간에 소슬바람 불면 투명한 시로 ..

좋은 시 모음 202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