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 / 이영애
어두움 속에서
별빛을 벗삼아
기억을 더듬는다
세월의 오솔길에서
청춘의 꽃으로 피어
비바람에 흔들리기도 하며
열매 하나 맺으려고
태풍이 몰아쳐도
굳건히 버티고 기다렸는데
푸르름은 온데간데 없고
빛바랜 낙엽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나목이 된
휭한 가슴에 불어오는
매몰찬 찬바람에
고스란히 남은 것은
쌓이고 쌓인 외로움만
나의 가슴을 채우는구나
(((♡
캘리그라피 속 길을 따라 / 정해란
- 문경숙작가 캘리그라피 전시회 감상 시
먹빛이
지나가는 세월 불러 세워
햇빛의 나침반을 읽어내고
때론 바람의 길을 따라
일으켜 쓴 한 획 한 획
그곳에선
맑은 새벽이슬로 농담(濃淡)도 조절하고
굵기와 기울기도, 강약도 맘껏 조절해
어절에서도 고임 없이 유려한 문장으로 흐른다
행간에 소슬바람 불면
투명한 시로 빛나기도 하고
구름도 잠시 쉬어가는 무념무상의 비움
그 비움 뒤 또다시
감정이 돋아나고 사유가 커져
깊어가는 무게로 시가 뿌리내렸거나
몇 계절이나 몇 해 정도를 산책하기도 한다.
오늘은 문득 역사를 오백 년도 더 역류해 가
어쩌면 훈민정음의 시원에서
직지*의 해법을 열 문(門)이
숨겨있을지 모를 서체 속으로 들어가 본다.
먼 하늘 따라 파랗게 웃는
감성과 생명이 깃든 서체의 뜰에
어느새 향 맑은 바람이 불고 있다.
*직지 : 직지심체요절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현재는 프랑스에 국립박물관에 소장됨.
소장 배경이 김진명의 「직지」라는 책에 픽션이긴 하지만 설득력있게 밝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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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흙곰 문경숙 작가님의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카스에서 소식을 보고, 8명 제약 때문에 추석을 1주일 당겨 미리 시어머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산소에 들렀다가 전시장이 가까운 곳이어서......
참으로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멋진 작가님도 만나 캘리그라피책 저자 사인본과 멋진 소품 한 점도 다행히 여분이 있어 사게 되어 선물처럼 기뻤답니다! 상황 되시면 가보시면 문화체험의 좋은 기회될 거라 강추합니다. 예술의 거리에 다른 장르의 작품도 전시 중이더군요.
전시회장 작품 몇 점과
제 감상 시와 감상시화까지 함께
부족하지만 올렸습니다.
흙곰문경숙작가님 스토리에서도
작가님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