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의 노래/ 문정희 당신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습니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내걸었습니다 처음과 끝 가고 싶었습니다 맨발로 구두가 남겨졌다/ 나희덕 그는 가고 그가 남기고 간 또 하나의 육체 삶은 어차피 낡은 가죽 냄새 같은 게 나지 않던가 씹을 수도 없이 질긴 것 그러다가도 홀연 구두 한 컬레로 남는 것 그가 구두를 끌고 다닌 게 아니라 구두가 여기까지 그를 이끌고 온 게 아니었을까 구두가 멈춘 그 자리에서 그의 생도 문득 멈추었으니 얼마나 많이 걸었던지 납작해진 뒷굽 어느 한쪽은 유독 닳아 그의 몸 마지막엔 심하게 기우뚱거렸을 것이다 바닥에 가 닿는 소리 생이 끝나는 순간에야 듣고 소스라쳤을지도 모른다 짧다 구두 한 컬레 그 속에 그의 발이 연주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