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음

소 그리고 봄날의 시 한편

뉴우맨 2023. 3. 13. 05:29


☆ 봄날 시 한편


봄 바람난 년들

           시인/권나현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 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 대는디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마른
제비꽃 년들 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만

그려 ~
워쩔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혀라

보소
시방 이라고
있을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밴질밴질 한
낮짝 이라도
귀경할라믄

우리도 싸게
나가 보드라고... 잉?


♡ 넘 잼나네요.ㅎ ♡


소 – 김기택(1957~)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시집 <소> 문학과 지성사








▲ 김기택 시인








세상의 소외된 모든 것들에 주목한 시인



최근 국어영역 수능에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이 출제된 이후로 독자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학생들의 요구가 있어 시인의 감칠맛 나는 작품을 다시 읽어본다.



시 쓰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시인은 항상 어떻게 하면 시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비유니, 상징이니 이런 골치 아픈 것을 따지지 않고 시를 즐겁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시인은 시 속에서 항상 즐거움을 찾는다. “시 속에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즐거움으로 바꾸는 에너지가 들어있으며, 시는 일과 밥에 붙들려 꽃 지는 줄 모르는 나에게 다른 세계로 향하는 출구를 열어주고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고 역설한다.



시인은 ‘소’에 관한 시를 네 편 정도 썼으며 ‘소’는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다. 누구나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외양간에 앉아서 쇠죽과 여물을 되새김질하며 여유를 부리는 느릿느릿한 소를 보았을 것이다. 아니면 힘들게 쟁기를 끌며 하루 종일 논밭을 갈며 고통스러워하는 일소를 보았을 것이다. 또는 다큐영화 <워낭소리>의 팔순 노인과 평생을 동고동락해온 늙은 소 누렁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 소가 지금 커다란 눈망울 속에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며 무언가 말을 하는데 나는 알아 들을 수가 없다. <김동기 한서고 국어교사>








▲ 김기택 시인과 김동기 한서고 교사






<시작노트> 김기택 시인






▲ 김기택 시인






왜 시를 쓰는가



왜 시를 쓰는가. 대부분의 시인은 이렇게 물으면서 시를 쓰지 않는다. 시는 이렇게 묻기 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유도 없이 먼저 심장이 뛰고 숨은 답답해진다. 목구멍이 근질근질해지고 손발이 뜨거워진다.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압박에 밀려서 시가 나온다. 처음에는 그 시가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쓰고 나서 보면 온몸을 간질이면서 시작된 정체불명의 질환이 희미하게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시가 시인에게 묻고 있음을 알게 된다. 왜 당신은 이 시를 썼는가. 이 시를 쓴 당신은 누구인가.



왜 시를 쓰는가. 이 물음은 시를 쓴 후에 나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시를 쓰기 전에 나온다. 이 물음은 머리가 알아채기 전에 알 수 없는 형태로 몸에서 나온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이 물음을 묻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좋은 시를 읽으면 왜 문학을 하는가를 묻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질문으로 멍하게 만든다. 이 질문으로 맨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던 알 수 없는 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왜 시를 쓰는가. 시인은 시를 쓰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 물음에 대답하게 된다. 이 대답을 하기 위하여 이 대답이 하고 싶어서 시를 쓰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시를 설레게 한다. 언어를 쓰는 인간의 근원을 설레게 한다. 언어 안에 있는 언어 너머의 무한한 잠재적인 세계를 설레게 한다. 맨 처음 온몸을 근질근질하게 했던 미지의 힘을 깨운다. 이 물음이 죽은 시는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없다. 아무리 열심히 아무리 많이 대답해도 다 대답할 수 없는 이 물음이 시를 긴장시키고 시를 새롭게 하고 계속 시를 쓰게 한다.

🏯 해인사(海印寺)

☆ 팔만 대장경으로 유명한 해인사는 바다 "해(海)"자와 도장 "인(印)" 자 를 쓰는데  해인사(海印寺)는 바다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유래를 알아본다.

80이 넘은 늙은 내외가 가야산 깊은 골에 살고 있었다. 

자식이 없는 이들 부부는 화전 (田)을 일구고 산새와 별을 벗삼아 하루하루를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토리를 따러 나서는 이들 앞에 복실복실한 강아지 한마리가  사립문 안으로 들어섰다. 

1년내내 사람의 발길이 없는 깊은 산중이어서 좀이상 했으나 하도 귀여운 강아지 인 지라 좋은 벗이 생겼다 싶어 붙들어 키우기로 했다.

노부부는 마치 자식 키우듯 정성을 쏟았고, 강아지는 날이 갈수록 무럭무럭 자랐다. 

이렇게 어언 3년이 흘러 강아지는
큰 개로 성장했고 꼭 만 3년이
되는 날 아침, 이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밥을 줘도 눈도 돌리지 않고 먹을 생각도 않던 개가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저는 동해 용왕의 딸인데 그만 죄를 범해 이런 모습으로 인간 세계에 왔습니다. 

다행히 두 분의 보살핌으로 속죄의 3년을 잘 보내고 이제 다시 용궁으로 가게 됐습니다.

두 분의 은혜가 하해(河海)와 같사온 지라 수양 부모님으로 모실까 하옵니다."

개가사람이라니 더구나 용왕의 딸이라니 놀랍고도 기쁜 일이었다.

"우리는 너를 비록 개지만 자식처럼 길러 깊은 정이 들었는데 어찌 부모 자식의 의를 맺지 않겠느냐?"

이 말을 들은 개는 꼬리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제가 곧 용궁으로 돌아가 아버지 용왕님께수양부모님의 은혜를 말씀드리면 우리 아버님께선 
12사자(使者)를 보내 수양 아버님을 모셔오게 할것입니다. 

용궁에서는 용궁선사로  모셔 극진한 대접을 할 것이며 저를 키워주신 보답으로 무엇이든 맘에 드는 물건을 가져 가시라고 할 것입니다.

그때 아무리 좋은것이 있어도 모두 싫다 하시고 용왕 의자에 놓인 "해인(海印)"이란 도장을 
가져 오십시오. 

이 도장은 나라의 옥새 같은 것으로 3번을 똑똑 치고 원하는 물건을 말하면 뭐든지 다 나오는 신기한 물건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여생을 편히 사실 것입니다."

말을 마친 개는허공을 3번 뛰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노인은 꿈만 같았다.
이런 일이 있는 뒤, 얼마가 지나 보름달이 중천에 뜬 어느 날 밤이었다. 

별안간사립문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12 사자(使者)가 마당으로 들이 닥쳤다.

"용왕님께서노인장을 모셔 오랍니다. 
시간이 바쁘오니 어서 가시지요."
노인은 주저하지 않고 따라나서 문밖에 세워 놓은 옥가마를 탔다.

12 사자(者)는 바람처럼 달렸고 
얼마 안 있어 가마는 찬란한 용궁에 도착했다. 

산호기둥,황금대들보,추녀에 달린 호박 구슬, 진주벽등 형형색색의 보화들이 찬란히 빛나고있었다.

9채의 궁궐 모두가 이런 보물로 장식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궁전으로 안내된 노인은  그저 얼떨떨했다.

"아이구, 수양 아버님. 어서 오세요?
제가 바로 아버님께서 길러주신 강아지 이옵니다."

예쁜 공주가 버선발로 뛰어 나오며 노인을 반긴다. 

아름다운 풍악이 울리자 용왕이 옥좌에서 내려왔다.
"먼 길에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딸년을 3년이나데리고 계셨다니 그 고마움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용상 넓은 자리에 용왕과 노인이 나란히 앉고 좌우 시녀들이 풍악에 맞춰 춤을 추며 음식상이 
나왔다. 

공주는 한 시도 수양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고 금수저로 음식을 고루 집어 입에 넣어주며 수양 어머님 문안과 함께 가야산의 지난 날을 회상했다.

이렇게 용궁에서 한 달을 지내자 노인의 풍채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노인은 갑자기 부인  생각이 나서 돌아가겠다고 했다.

"먼 길 다시 오기도 어려운데 오신 김에 조금만 더쉬었다 가시지요."

"말씀은 감사하오나 처자의 소식이 궁금하여 내일 떠나겠습니다."

"정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떠나시기 전에 용궁의 보물을 구경 하시다가 무엇이든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노인은 불현듯 "해인(海印)"을 가져 가라던 공주의 말이 떠올랐다. 
보물 창고에는 물건이 가득 쌓여 있었다. 

순금의 왕관, 금강석 화로, 옥 가마, 산호초 피리, 은 구슬말 등 진귀한 보물들이 쌓여 있었으나
노인은 그저 보기만 할 뿐 달라고
하지를 않으니 용왕은 이상했다.

구경이 다 끝나갈 무렵 노인은 까만 쇠조갑처럼 생긴 "해인(海印)"을 가리켰다.

"용왕님,
미천한 사람에게 눈부신 보배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사오니 저것이나 기념으로 가져  가겠습니다."

노인의 말에 용왕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허 참! 그것은 이 용궁의 옥새로 정녕 소중한 것이외다.
 
허나 무엇이든 드린다고 약속을 
했으니 가져 가십시오. 

잘 보관했다가 후일 지상에 절을
세우면 많은 중생을 건질 것 이
옵니다."

용왕은 "해인(海印)"을 집어 황금 보자기에 정성껏 싸서 노인에게 줬다. 

이튿날 용왕 부부는 구중 대문 밖까지 전송했고 공주는 옥 가마 까지 따라와 작별의 눈물을 흘렀다.

"수양 아버님, 부디 안녕히 가세요. 

용궁과 인간 세계는 서로 다르니
이제 다시는 뵈올수가 없겠군요?

부디 "해인(海印)"을 잘 간직하시어 편히 사세요?

그것으로 은혜의 만 분의일 이라도 보답 되기를..."

공주는 목이 메어 말끝을 흐렸다. 

노인도 이별의 아쉬움을 이기지 못한 채 가야산에 도착하여 아내 에게 용궁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며 가지고 온 "해인(海印)" 을 3번 두들기며 말했다.

"내가 먹던 용궁 음식 나오너라."

주문대로 산해진미의 음식상이 방안에 나타나자 노인 내외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 후에도 뭐든지 안 되는 것이 없었다. 
이렇게 편히 오래오래 살던 내외는 죽을 나이가 되면서 
절을 하나 짓고 "해인(海印)"을 그 절에 보관시켰으니 그 절의 이름이 바로 지금의 합천 해인사(海印寺) 다.

  - 참고 자료: 한국 불교 전설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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