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음

봄시 모음

뉴우맨 2022. 5. 26. 13:52

봄 /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어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봄 / 한하운

제일 먼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좁은 지역에도 한포기의 꽃을 피웠더냐.

하늘이 부끄러워,
민들레 이른봄이 부끄러워

새로는 돋을 수 없는 밝안 모가지
땅속에서도 옴돋듯 치미는 모가지가 부끄러워.

버들가지 철철 늘어진 초록빛 계절 앞에서
겨울도록 울다 가는 청춘이요, 눈물이요.
그래도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은
한번밖에 없는 자살을 아끼는 것이요.





봄 / 김용택

바람 없는 날
저문 산머리에서 산그늘 속을 날아오는
꽃잎을 보았네
최고 고운 몸짓으로
물에 닿으며
물 깊이 눈감는 사랑을 보았네

아아, 나는 인자 눈감고도 가는
환한 물이네




봄 / 오탁번

소쩍새는
밤 이슥토록 울고
조롱조롱 금낭화
붉은 꽃잎이 짙다

너비바위 틈에 피어난
개미딸기
오종종오종종
노란 꽃잎이 여리다

하늘 높이 뜬
솔개 눈씨에
참새도 오목눈이도
찔레넝쿨 사이로 숨는다

하느님이
수염에 묻은 황사를 턴다
붕어들이 알 낳느라
몸을 떨며 피 흘린다



봄 /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람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갓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해를 따라

몇 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 / 유안진

저 쉬임 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홀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났음이랴

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운 보랏빛, 돌각담을 기어오르는
봄햇살,춘설음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 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 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

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랭이야, 어쩔 셈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런 움집에서 다순 손길이 기다려지니
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맞아, 숨바꼭질 노니는 산골짜기에는 뻐꾹뻐벅국
사랑노래 자지러지고, 잠든 가지마다 깨어나며 빠져드는
어리어리 어지럼증, 산 아래 돌부처도 덩달아 어깨춤 추는
시방 세상은 첫사랑 앓는 분홍빛 봄




봄눈 / 정호승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눈물을 보이지 말라
봄눈이 내리면
그대 결코
절벽 위를 무릎으로 걸어가지 말라
봄눈이 내리는 날
내 그대의 따뜻한 집이 되리니
그대 가슴의 무덤을 열고
봄눈으로 만든 눈사람이 되리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용서였다고
올해도 봄눈으로 내리는
나의 사람아.

봄 향기 나는 시 모음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라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 이은상 / 개나리




네가 시드는 건
네 잘못이 아니다


아파하지 말아라
시드니까 꽃이다


누군들
살아 한때 꽃,


아닌 적 있었던가


- 민병도 / 한때 꽃




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 이윤학 / 첫사랑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봄은 가더라
지는 꽃이라고 아픔이 없겠느냐
가슴으로 울어도 봄은 가더라
세월 속에 묻어둔 사람아
그리움이 꽃이 되고
달이 된 사람아


- 권순익 / 그리운 사람아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 이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 이수동 / 동행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 햇살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땅 속 깊이 꼭꼭 숨은
암만 작은 씨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꽃
방실방실 피워낼 걸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바람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나뭇가지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
찾아내
꽃 저를 닮은 잎새
파릇파릇 피워낼 걸


- 한혜영 / 아무리 숨었어도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가 있다
방안 한 쪽 구석에서 말을 걸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게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


웃지도 울지도 않지만
욕하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는다
헤어짐이 싫고 쓰라린 것이 싫다


내가 아무리 시들어버려도
늘 같은 곳에서 나를 지켜봐 주는
나의 해바라기가 있다


보고 싶다
다시 헤어지고 다시 쓰라려도


- 류시화 / 해바라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듯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 흔들리며 피는 꽃


꽃향기 나는 시 모음이었습니다.
꽃향기 관련한 시...또있나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화향만리행
인덕만리훈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덕만리.

김경자(봄여울) 대표 시 모음
 
 
빛나는 아침에 / 봄여울




그리움이 밀려오는 삶의 풍경
노을빛이 형산강을 서서히 물들일 때
메뚜기 잡고 미역 감던
너의 어린 시절
낯익은 서정으로 다가온다


허공에 걸린 달이
어깨를 잡아 흔들 때
개구리 울음소리 자지러들고
굴렁쇠 굴리고 놀던 언덕으로 네가 돌아오는 착각
허허로운 가슴도 뛰게 만든다


이리 저리 떠도는 방랑자 바람아
네가 세월을 잡았느냐
세월이 너를 잡았느냐
탓하여 보는 오늘이지만
우리 함께 맞이할
빛나는 아침 천천히 열리고 있다
 
 / 봄여울




가까이 오지 마라
내 가족도 내 이웃도
공포의 얼굴, 복면을 싫어해
너는 좋아 덤비지만
뼈아픈 눈물 심지 마라


생명의 씨앗 거두지 못한 채
황급히 돌아가는 어두운 상심
아직 달래지 못한 사랑 어쩔것인가


핏빛 노을 온 누리 다 적시고
하늘도 멍울져 통곡하네


달빛 안은 낙타 등 타고
늘한 중동 사막의 밤으로
감 메르스, 너
모래바람처럼 날라가거라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 / 봄여울




지난날
가슴 가득 꾸었던 풋풋한 꿈
세상 질투 견디지 못했다


지켜야 하는 자리 내어놓고
조바심으로
외로움으로 뒤척이던 날


라이락 향기
꽃구름 타고 돌아가는 모습
한없는 그리움에


가슴으로 부르던 노래
가슴으로만 들리던 노래
하늘 길 열어 그내에게 보냈다
 






은혜 / 김경자




엄마 아빠 밑에서
올바르게 커서 감사하다는
어여쁜 믿음의 땅


시댁에 잘하는 아내
잘 키워주신 어머니께 감사해
국화향기 한 아름 안고 온 사위


할머니 갈비찜이 최고라고
정성껏 그린 카드 보내준 손녀
모든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
 
가을 들녁에 서니 / 김경자




폭풍 산바 숨 가쁘게 견딘 들녘
황금 보료 자랑에 바쁘다


영그러진 황금 낟알들
머리 숙인 겸손함
생명줄 이어가는 뿌듯함


하늘엔 구름만 표표히 떠가는
먼 산 자지러지는 단풍
가슴에 품은 햇살에 반짝인다


신이주신 은총의 선율
아직도 누리는 빛깔 다른 행복



[ 김경자(봄여울) 시인 약력 ]
 


* 본명 : 김경자. (필명 봄여울)
* 서울 출생
* 2012년 계간 《한국작가》 시 등단
*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 경주문협. 성남문협. 백합문인회. 문학시대 회원
* 한국작가. 문학산책. 행단문학 동인
* 수상 : 경기 신인문학상
* 시집 : 『빛나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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