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음

난설헌

뉴우맨 2022. 2. 1. 23:05
아주 짫은생을 살면서 아주 많이 울다간 여류시인 허초희(楚姬 1563~1589)는 호가 난설헌(蘭雪軒)으로 초당두부로 유명한 초당 허엽의 딸이었습니다.

1579년 경상감사를 지낸 허엽은 첫 부인이 요절하자 둘째부인 강릉 김씨를 맞아 아들 봉, 딸 초희, 아들 균 을 낳았습니다. 막내가 을 쓴 허균입니다,

화담 서경덕의 제자인 초당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가풍 속에서 자녀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는 아들이 서자 출신의 문인 손곡 이달과 사귀는 것 을 허락했으며 동생들이 그를 스승으로 공부하도록 했 습니다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말처럼, 삼당시인으로 빼어난 시 문을 남긴 손곡 밑에서 두 남매는 훗날 우리나라의 빼 어난 문인으로 성장하는 토양을 닦았습니다,

이복오빠 허성은 1583년, 친오빠 허봉은 1572년, 동생 허균은 1594년 과거에 급제했습니다. 초희는 8세 때 이미 천재적인 시재(詩才)를 드러냈으며 문장에서 결코 형제들에 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상한 부모와 우애 있는 형제들, 경제적인 여유, 사회 적 명망 등 남부럽지 않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허난설헌은 15세에 문신 김성립과 혼인을 합니다 5대째 과거에 급제한 명문가로 시아버지가 친정 오빠 허봉의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결혼 이후의 삶은 많이 불행했습니다, 남편과의 불화, 시어머니의 간섭, 친정 오빠의 유배와 사망 등 시련이 닥치고 두 자녀의 죽음이 그를 짧은 생을 마감 했습니다,

๏̯̼̼̼͡⚪꙰?

맑고 넓은 가을호수에
푸른빛이 구슬처럼 빛나는데

연꽃 덮인 깊숙한 곳에
목란배를 매어두었네

임을 만나 물 건너로
연꽃을 따서 던지고는

행여 누가 보았을까
한나절 혼자서 부끄러웠네


난설헌이
처녀 때 경포호가 내려다보이는
강릉에서 지은 시입니다,

๏̯̼̼̼͡⚪꙰?

아침 햇살이 비치는 초가을의 호수,
연꽃을 하나 따서
물 건너로 던지면,
그곳에 몰래 매어 둔 배가 있을 것이니,

내 님과 함께 노 저으며
호수 한 가운데로 나아가겠네.

행여 누가 보지 않았을까,
부끄러운 이 마음.
사랑을 꿈꿀 때의
혹은 사랑이 막 시작될 무렵의 설레고
순전한 마음으로 시인은
옷깃을 열어 내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

옛 길 옆에 초가집을 짓고
날마다 큰 강물을 바라다보네
거울에 새긴 난새 늙어가고
꽃동산의 나비도 가을 신세
차가운 모래 벌에 기러기 내려앉고
저녁 비에 홀로 떠가는 조각배


난설헌이 혼인 후에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경기도 광주에 살면서 지은 상로. ‘거울에 새긴 난새(鸞鳥)’는 부부의 애정을 뜻하는 상징으로. 사랑은 늙어가고, 봄에 춤추던 나비도 가을이 되어 기력이 없다.

기러기는 날지 못하고 차가운 모래밭에 내려앉는다. 연꽃 덮인 깊숙한 곳에 매어 두었던 목란배는 ‘저녁 비에 홀로 떠가는 조각배’가 되었다.

혼인 전후가 이렇게 다르다 . 아름답던 시절, 오래 꿈꾸던 사랑은 어디로 가버리고 외롭고 고독한 심사에 시인은 마음을 닫고 있습니다,


(((*❤
다음에
죽은 다음에도
또 세상 있으믄

자비하신 석가세존
그 말씀대로
삼월(三月)에 제비 오는 세상 있으믄야
엄마야 오늘같이
바느질하는 엄마 옆에서
바늘에 긴 실 꿰어드리지
새아씻적 옛말은
인두에 묻어나고
어룽진 앞섶자락
섧디섧은 눈빛을
물려줄 테지
이 다음에
죽은 다음에도
이런 세상에
엄마는 울 엄마
나는 또 까망머리
엄마 딸 되리
눈밝애 되리야
귀밝애 되리야.

— 허영자 〈사모곡〉 부분



이 시가 1962년 《현대문학》에 추천, 발표되면서 허영자 시인은 당시 문청들에게 일약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발표 지면이 《현대문학》 《자유문학》 《사상계》 세 곳밖에 없었던 그때, 매달 발표되는 시는 관심의 대상이었고, 문청들에겐 분석 비평의 대상이었다. 허영자 시인의 섬세함 속에 깃든 강한 통찰은 1960년대 새로운 서정의 개화를 알리는 신호였다.

(((*❤

-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이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윤동주
<1938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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