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영 시인의 꽃에 관한 시모음
백일홍 /윤보영
석달열흘 필거라며 자랑하는
백일홍꽃 봉우리 앞에서
내 마음을 열었네
지지 않고 피어 있는 가슴꽃!
그대를 보라며.
봉선화 처럼 /윤보영
내 생각을 따서
그대 마음을 물들이고 싶다
자나깨나 늘 볼 수 있도록.
민들레 /윤보영
민들레가
홀씨를 날리고 있습니다.
그대 찾아 날아가는 내 마음 같이.
네잎 클로버 /윤보영
네잎 클로버를 찾은 적이 있지요
하지만 지금은
마음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대 생각이 행운이니까요.
난초 /윤보영
난초꽃으로 피었네
내 안에서
향을 내던 그대.
아카시아꽃 /윤보영
봄 산에 아카시아 꽃은
향까지 좋구나.
그리움 속에 머무는
그대를 닮았는지.
장미꽃 / 윤보영
장미꽃을 꺽다가
가시에 찔렸습니다
그대 생각에도 가시가 있다면
아름다운 상처가 생기겠지요.
코스모스 / 윤보영
시골 소년
눈망울
마주친 소녀
수줍음
너는
뛰어 놀다 적어 놓은
가을 동화.
나팔꽃 /윤보영
한 달도 못되어 다다를
전봇대를 올라가며 좋아하는
나팔꽃 앞에서
내 그리움은
하늘까지 갈 수 있다고
자랑을 합니다.
사랑은 실천하기에 따라 다르다는
나팔꽃 애기를 듣고
민망해서 혼났습니다.
박꽃 / 윤보영
박꽃이 하얀 것은
달이 그리워서겠지요
그대 늘 그리운 내 마음은
하얗다 못해
뻥 뚤렸듯이.
맨드라미 / 윤보영
짙은 몸빛이 좋아
제 마음에
맨드라미 한 포기 심었다가
뽑았습니다.
그리움이 머물 새도 없이
씨를 달고
떠날 준비를 하기에.
해바라기 / 윤보영
밤새 그립던 마음
감추다가
뒤돌아 본 해에게 들켜
고개 숙인 해바리기 앞에서
내 안의 그대를 생각합니다.
얼마나 더 쫓아가야
그대가
뒤돌아볼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