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의 좋은 시

뉴우맨 2022. 12.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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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페] 눈에 관한 시 모음 http://m.cafe.daum.net/san660/9iKB/4812?svc=cafeapp

눈에 관한 시 모음

 눈 / 윤동주지난밤에눈이 소오복히 왔네지붕이랑길이랑 밭이랑추워한다고덮어주는 이불인가봐그러기에추운겨울에만내리지  백설송(白雪頌) / 최의상              흰옷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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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관한 시모음<1> [눈 시] [첫눈 시]



첫눈 내리는 아침 / 안희선



지난 밤,

한 겨울의 기나 긴 추위가

뼛 속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아직도, 내 가슴에

속절없이 살아있는 하얀 그리움



그곳에 날아가 못 박히는,

눈물겨운 그대가

아침 햇살처럼 따스합니다





첫눈이 가장 먼저 내리는 곳 / 정호승



첫눈이 가장 먼저 내리는 곳은

너와 처음 만났던 도서관 숲길이다

아니다



네가 처음으로 무거운 내 가방을 들어주었던

버스 종점이다

아니다



버스 종점 부근에 서 있던

플라타너스 가지 위의 까치집이다

아니다



네가 사는 다세대주택 뒷산

민들레가 무더기로 피어나던 강아지 무덤 위다

아니다



지리산 노고단에 피었다 진 원추리의 이파리다

아니다



외로운 선인장의 가시 위다

아니다



봉천동 달동네에 사는 소년의 똥무더기 위다

아니다



초파일 날

네가 술을 먹고 토하던 조계사 뒷골목이다

아니다



전경들이 진압봉을 들고 서 있던 명동성당 입구다

아니다



나를 첫사랑이라고 말하던 너의 입술 위다

그렇다



누굴 사랑해본 것은 네가 처음이라고 말하던

나의 입술 위다

그렇다





을지로의 첫눈 / 박목월



을지로 6가 로터리를

버스로 건너는 그 순간

날카로운 것이

쇠랑쇠랑 뿌렸다.

그것은

첫날밤의 불빛에 대하여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니 첫 대면의

부끄럽고 수줍은 대화에 대하여

속삭이기 시작했다.

5가에서는

첫 아이의 칠국과

산모방의 훈훈하고 비릿한

분위기에 대하여

소근거렸다.

처음으로 죄를 저지른 새벽의

깊은 참회와

네 시의 첫 종소리와

아니, 죄를 고해한 수요일 밤 예배와

처음으로 불이 붙은

신앙에 대하여

4가에서 3가까지

속살거렸다.

그것은 2가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길을 떠난 나그네의 고달픔과

처음으로 발견한 바다의 불빛에 대하여

소근거렸다.

무엇이나

처음의, 그 황홀한 신선함

정결한 도취.

하지만 그것은

을지로 입구에 이르러

버스가 방향을 바꾸려는 그 순간

문득 입을 다물었다.





첫눈이 내립니다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당신의 첫눈이고 싶습니다 / 이 채



간절한 내 마음이

당신의 첫눈으로 내릴 수 있다면

잎 다 떠나보낸

빈 나목으로 서도 좋겠습니다



당신의 처음이란 이유로

당신의 마지막까지 젖어들 수는 없을까요

당신에게 이르는 길에

처음으로 피는 눈꽃이고 싶습니다



신비스럽도록 맑고 고운

당신의 첫눈이 되어

하얗게 나를 비우고

당신의 추운 겨울부터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꽃 피고 새 지저귀는

하늘 푸르른 날에

당신의 맑은 샘터로 남아



다시 첫눈이 올 때까지

목마른 당신이라면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는

한 방울의 그리움으로 살고 싶습니다.





단풍잎 지기 전에 첫눈이 / 장수남



첫눈.

넌. 어쩜. 벌써왔니.

내가 자리 비켜주면,,,?

난. 아직 서둘러 갈 순 없어

겨울새 기다릴 거야.

새 옷 하얗게 입혀놓고

뜨겁게 포옹하면

넌. 날 어쩌자는 거니.

우린 기다릴 수 없는 극적인 만남.

선택하지 않는 이별은

내안에 채워진 소중한 것들을

밤샘 눈꽃 피워가며

하나하나 너에게 꺼내주는 거야.

새벽 하얀 길목엔 누가 배웅할까.

첫사랑 서러운 눈빛이

붉은 잎 새 눈시울 적시고

돌아서면 너는 하얀색 그리움으로

혼자 남아있을까.





첫눈 / 이해인



함박눈 내리는 오늘

눈길을 걸어

나의 첫사랑이신 당신께

첫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언 손 비비며

가끔은 미끄러지며

힘들어도

기쁘게 가겠습니다

하늘만 보아도

배고프지 않은

당신의 눈사람으로

눈을 맞으며 가겠습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오광수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빨간색 머플러로 따스함을 두르고

노란색 털 장갑엔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 색이 남아있는

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내가 먼저 갈께

네가 오면 앉을 벤치에

하나하나 쌓이는 눈들은

파란 우산 위에다 불러모으고

발자국 두길 쭉 내면서

쉽게 찾아오게 할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눈 속에

소망하던 그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 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내게 당신은 첫눈 같은 이 / 김용택



처음 당신을 발견해 가던 떨림

당신을 알아 가던 환희

당신이라면 무엇이고 이해되던 무조건,

당신의 빛과 그림자 모두 내 것이 되어 가슴에 연민으로 오던 아픔,

이렇게 당신께 길들여지고 그 길들여짐을 나는 누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사코 거부할랍니다.

당신이 내 일상이 되는 것을.

늘 새로운 부끄럼으로

늘 새로운 떨림으로

처음의 감동을 새롭히고 말 겁니다.

사랑이,

사랑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요.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내 사랑을 이끌어 낼 사람 어디 있을라구요.

기막힌 별을 따는 것이 어디 두 번이나 있을법한 일일라구요.

한 번으로 지쳐 혼신이 사그라질 것이 사랑이 아니던지요.

맨처음의 떨림을 항상 새로움으로 가꾸는 것이 사랑이겠지요.

그것은 의지적인 정성이 필요한 것이지요.

사랑은 쉽게 닳아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당신께 대한 정성을 늘 새롭히는 것이 나의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나는 내 생애에 인간이 되는 첫관문을 뚫어주신 당신이 영원

으로 가는 길까지 함께 가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당신에게 속한 모든 것이 당신처럼 귀합니다.

당신의 사랑도, 당신의 아픔도, 당신의 소망도, 당신의 고뇌도 모두 나의 것입니다.



당신 하나로 밤이 깊어지고 해가 떴습니다.

피로와 일 속에서도 당신은 나를 놓아 주지 아니하셨습니다.

기도, 명상까지도 당신은 점령군이 되어 버리셨습니다.

내게,

아, 내게

첫눈 같은 당신.





첫눈 생각 / 김재진



입김만으로도 따뜻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기다리는 눈은 안 오고 손가락만 시린 밤

네 가슴속으로 내려가

너를 깨울 수만 있다면 나는

더 깊은 곳 어디라도 내려갈 수 있다.

종소리에 놀란 네가 잠에서 깨고

잠옷바람으로 언뜻 창 밖을 내다볼 때

첫눈 되어 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반색하며 기뻐하는 너를 위해

이 세상 어디라도 쌓일 수만 있다면 좋겠다.

햇빛에 녹지 않는 응달이 되어

오래도록 네 눈길 끌었으면 좋겠다.





첫눈 2 / 홍수희



첫사랑도 저렇게 왔다

아마 내 기억으론



깊이 잠들었다

막 깨어난 이른 아침

나도 몰래 변해 버린 세상



어제의 지붕도

어제의 가로수도

어제의 기억도 내겐 없었다



이미 내 세상을 덮어 버린

너의 그윽한 눈빛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가슴은 몰래 쿵쿵 뛰었다



그러나 그 소리 은밀하여

아무도 눈치 챌 수 없었으니

금서(禁書)의 책장을 넘기듯이

숨어서 너를 바라보았다



마주치면 소스라치는 내 영혼

순결의 무늬가 너무 투명한 까닭에

너의 이름 한 자도 조심스레

불러야 했다



첫눈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천사의 고운 날갯짓

이 세상 티끌 한 점 다 지우고



첫사랑은 나에게 그렇게 왔다

첫눈처럼 소리 없이 나를 덮었다





첫눈 / 박남수



그것은 조용한 祈禱.

주검 위에 덮는 純潔의 보자기.

밤 세워 땅을 침묵으로 덮고

사람의 가슴에, 뛰는 피를

조금씩 바래주고 있다.

개구장이 바람은 즐거워서 즐거워서

들판을 건너가고 건너오고

눈발은 바람따라 기울기도 하지만,

絶對의 沈默은 조용히 조용히

지붕 위에 내리고, 혹은

나뭇가지 위에 내리고,

혹은 人類의 가슴에도 내리는가.



아침 동이 트면, 세상은

빛나는 흰빛으로, 汚濊를 씻으라.





첫눈 / 강은교



첫눈이 내린다

흙에 닿으면 흙으로

눈물로 닿으면 눈물로

내리는 족족 녹으며

자꾸 내린다



웬 슬픔들 여기엔 이리도 많은지

동구 밖 넓은 길 훠이훠이 떠돌다가

더는 몸 비빌 곳 없어

찾아오신 넋들



구름 위에서 구름이 부서진다

바람 앞에서 바람이 부서진다





첫눈 / 홍해리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

그 소리 가락 따라

앞뒷산이 무너지고

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

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

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

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

그 설레이는 꽃이파리들이 모여

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

울음소리도 다 잠든

제일 곱고 고운 꽃밭 한가운데

텅 비어 비어 있는 자리의 사내들아

가슴속 헐고 병든 마음 다 버리고

눈 뜨고 눈먼 자들아

눈썹 위에 풀풀풀 내리는 꽃비 속에

젖빛 하늘 한 자락을 차게 안아라

빈 가슴을 스쳐 지나는 맑은 바람결

살아 생전의 모든 죄란 죄

다 모두어 날려 보내고

머릿결 곱게 날리면서

처음으로 노래라도 한 자락 불러라

사랑이여 사랑이여

홀로 혼자서 빛나는 너

온세상을 무너뜨려서

거대한 빛

그 無地한 손으로 언뜻

우리를 하늘 위에 와 있게 하느니.





첫눈 / 목필균



첫눈이 왔다는데 흔적이 없다



깊이 잠든 사이 소리없이 내리다

사라진 눈



네게 가는 길을 지우고

낡은 기억을 지우며

그렇게 함박눈 내리면



뽀드득뽀드득 눈 밟으며

발자국을 남기면

기억의 길을 찾아갈 수 있으려나



첫눈을 만나지 못한 날

텅빈 그리움 길을 열며

하늘 가득 쏟아지는 함박눈이

가슴으로 쌓여든다





첫눈 / 서정윤



보고 싶은 마음보다 먼저

먼저 눈발이 날린다.



낙엽 모이던 금호강변 어디

지금쯤 그대는

내 속에 앉는다.



키 큰 미루나무 빈 가지에

올해 깬 까치가

자꾸만 설레이고

맨발로 달려오는 소식들

내 마음

먼저 반갑다.



그리운 마음 그 어디서

눈발 날려 부른다.





마지막 첫눈 / 정호승



마지막 첫눈을 기다린다

플라타너스 한그루 옷을 벗고 서 있는

커피전문점 흐린 창가에 앉아

모든 기다림을 기다리지 않기로 하고

마지막 첫눈이 오기를 기다린다



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이제 기다린다고 해서 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내가 첫눈이 되어 내려야 한다

첫눈으로 내려야 할 가난한 사람들이

배고파 걸어가는 저 거리에

내가 첫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야 한다



오늘도 서울역까지 혼자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명동성당의 종소리가 들렸다

땅에는 저녁별들이 눈물이 되어 굴러다니고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을 버릴 수 없어

나는 오늘도 그의 제자가 될 수 없었다



별들이 첫눈으로 내린다

가장 빛날 때가 가장 침묵할 때이던 별들이

드디어 마지막 첫눈으로 내린다

커피전문점 어두운 창가에 앉아

다시 찾아올 성지를 기다리며

첫눈으로 내리는 흰 별들을 바라본다





첫눈 / 장석주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이루어졌거든

뒤뜰 오동나무에 목매고 죽어버려라



사랑할 수 있는 이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실패했거든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눈길을

맨발로 걸어가라

맨발로

그대를 버린 애인의 집까지 가라



사랑할 수 없는 이를 끝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



첫눈이 온다 그대

쓰던 편지마저 다 쓰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들에 나가라



온몸 얼어 저 첫눈이 빈 들에서

그대가 버린 사랑의 이름으로

울어 보아라



사랑할 수 없는 이를 사랑한

그대의 순결한 죄를 고하고

용서를 빌라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첫눈 / 정호승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는 일이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는 네가 흘렸던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너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 떠나는 나를 내려다본다

또다시 용서해야 할 일과

증오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오늘도 기도하는 새의

손등 위에 내린 너





첫눈 오던 날 / 용혜원



첫눈 오던 날 새벽에

가장 먼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그대에게 처음 사랑이고 싶습니다



삶의 모든 날들이

그대와 살아가며

사랑을 나눌 날들이기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늘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를 위하여

두 손을 모읍니다

그대를 축복하여 주시기를

늘 아쉬운 마음으로

살아가기에

그대에게 은총이

가득하기를 원합니다





첫눈같이 고운 당신 / 이채



첫눈같이

고운 당신이 내립니다

당신으로

세상은 하얗고



눈(雪)에 관한
이준관의 '첫눈은 언제 오나' 외 18편의 시



첫눈은 언제 오나 / 이준관



첫눈은 언제 오나.

나는 첫눈을 기다리지.



첫눈이 와야

정말 겨울이 시작되지.



첫눈 오는 날을 위해



나는

장갑이며 털모자며 목도리며

모두 준비해 두었지.



첫눈은

밤에

사박사박 몰래 온다는데,



캄캄한 밤

개가 컹컹 짖기만 해도

나는 가슴 두근거리지.





눈 /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눈 / 김종해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 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리는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김종해·1941-)





작은 지붕 위에 / 전봉건



작은 지붕 위에 내리는 것은 눈이고

작은 창틀 속에 내리는 것은 눈이고

작은 장독대에 내리는 것도 눈이고

눈 눈 눈 하얀 눈

눈은 작은 나뭇가지에도 내리고

눈은 작은 오솔길에도 내리고

눈은 작은 징검다리에도 내리고

새해 새날의 눈은

하늘 가득히 내리고

세상 가득히 내리고

나는 뭔가 할 말이 있을 것만 같고

어디론가 가야 할 곳이 있을 것만 같고

한 사람 만날 사람이 있을 것만 같고

장갑을 벗고 꼭 꼭 마주 잡아야 하는

그 손이 있을 것만 같고





눈 / 이은봉



눈이 내린다

두런두런 한숨 속으로

저희들끼리

저렇게 뺨 부비며

눈이 내린다

별별 근심스런 얼굴로

밤새 잠 못 이룬 사람들

사람들 걱정 속으로

눈이 내린다

참새떼 울바자에 내려와 앉는 아침

아침 공복 속으로

저희들끼리 저렇게 뽀드득뽀드득

어금니를 깨물며





하얀 눈 덮어쓰고 / 이오덕



자다가 깨어나

생각하니

내가 하얀 눈을 덮어쓴

지붕 밑에서 자고 있었구나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 하얀 세상

건너편 산도 마을의 집들도 길도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정작 내가 그 눈 밑에서 자고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으니!

지붕뿐 아니지

내가 덮고 있는 이불도

하얀 양털에 하얀 목화로 짠 베다.



이불뿐 아니구나

내가 입은 잠옷도 하얗고

내복도 하얗고

낮이면 추워서 방안에서도 입고 있는

오리털 겉옷도 새하얀 빛

하얀 것만 입소 덮고 하얀 쌀밥까지 먹고



의사가 권해서 포도당 하얀 가루까지 날마다 먹고

하얀 종이에 글을 쓰고

그러고 보니 이거야말로 전신만신 하얀 것뿐

하얀 것뿐일세



그렇다면 내 마음은 어떤가?

마땅히 하얗게

눈같이

깨끗하게 되어 있어야 할

내 마음은?



자다가 깨어나 생각하니

내가 올겨울 내도록

하얀 눈을 덮어쓰고서

자고 먹고 숨쉬고

살고 있었네.



하얀 눈

하느님 선물을

덮어쓰고 있었네.





첫눈 오는 날 / 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 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킨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가을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 첫눈 / 송수권



눈이 내린다 어제도 내리고 오늘도 내린다

미욱한 세상 깨달을 것이 너무 많아

그 깨달음 하나로 눈물 젖은 손수건을 펼쳐들어

슬픈 영혼을 닦아내 보라고

온 세상 하얗게 눈이 내린다 어제도 내리고 오늘도 내린다

살아 있는 모든 것 영혼이 있고

내 생명 무거운 육신을 벗어 공중을 나는 새가 되라고

살아 있는 티벳인이 되라고

한밤중에도 하얗게 내린다

히말라야 삼나무숲을 흔들며

말울음 소릴 내며

이렇게 고요하게 지금 첫눈이 내린다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함박눈 / 목필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

먼 하늘 전설을 물고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

따끈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

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로

다시 수북히 눈 쌓이면

다시 길을 내며 나눌 이야기들



오늘 같은 날에는

가슴으로 녹아드는 눈 맞으며

보고싶은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에도 가만가만 가서 내립니다



나도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고 싶어요

아침부터 눈이 와

내리는 눈송이들을 따라가보며



당신이 더 그리운 날

그리움처럼 가만가만 쌓이는

눈송이들을 보며

뭔가, 무슨 말인가 더 정다운 말을

드리고 싶은데



자꾸 불어나는 눈 때문에

그 말이 자꾸 막힙니다





사랑/ 조태일



첫눈이 내린다.

어디고 없이 제멋대로

내리고 내리는 것 같지만

내릴 곳을 보아 가며

서둘지 않고 내린다.



첫눈이 내린다.

지상의 왼갖 성명聲明들을 잠재우며

지상의 왼갖 낙서들을 지우며

한량없이

하이얗게 내린다.



높고높은 하늘을 지나서

가파른 절벽을 지나서

풀잎들의 머리 위를 지나서



움직이는 것들 위에 내린다

숨쉬는 것들 위에서 내린다

꿈꾸는 것들 위에서 내린다.



오오, 오오, 소리치지는 않고

오오, 오오, 그 입모양만 보이며

우리들 귓바퀴 근처에 내린다.



보아라, 보아라, 소리치지는 않고

보아라, 보아라, 그 입모양만 보이며



우리들 눈앞에

뺨 비비며

첫눈은 그렇게 그렇게

붐빈다.





눈 위에 남긴 발자국 / 용혜원



밤새 하얀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다



눈 덮인 새벽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려니

마음이 상쾌하고 즐겁다



온통 하얀 세상을 보니

내 마음에까지 눈이 내린 듯 하다

눈을 밟으며 걷노라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행복은 늘 주변에 있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하늘에서 복을 내려 주는 것만 같다



오늘은 하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만들며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련다





눈 / 박용래



하늘과 언덕과 나무를 지우랴

눈이 뿌린다



푸른 젊음과 고요한 흥분이 서린

하루하루 낡아 가는 것 위에

눈이 뿌린다



스쳐 가는 한 점 바람도 없이

송이눈 찬란히 퍼붓는 날은

정말 하늘과 언덕과 나무의

한계는 없다



다만 가난한 마음도 없이 이루어지는

하얀 단층





눈의 풍경 / 서정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까치집에 눈이 쌓인다

바람은 때때로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



우리 앞에 펼쳐 놓고는

설레는 나를 유혹한다



사람의 마음속에도 눈이 오게 할 수 있을까

온갖 거짓과 위선, 사랑과 행복까지도

다 덮어놓고는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마음과 욕심은 조금만 나오게 하고

남을 위하는 마음과 작은 것에 만족하는 기쁨을

많이 나오게 하여



삶이 따사롭게 할 수 있을 것을

나뭇가지의 눈이 녹아

물방울로 떨어지는 놀이터



어느 정도의 고통은 나를 긴장시켜

겨울 찬바람에 맞설 용기를 준다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 이생진



시 읽는 건 아주 좋아



짧아서 좋아

그 즉시 맛이 나서 좋아



나도 그런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동정할 수 있어서 좋아



허망해도 좋고

쓸쓸하고 외롭고 춥고

배고파도

그 사람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나서 좋아



눈 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누가 찾아 올 것 같아서 좋아



시는 가난해서 좋아

시 쓰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서 좋아



그 사람과 헤어진 뒤에도

시 속에 그 사람이 남아 있어서 좋아



시는 짧아서 좋아

배고파도 읽고 싶어서 좋아



시 속에서 만나자는 약속

시는 외로운 사람과의 약속 같아서 좋아



시를 읽어도 슬프고 외롭고

시를 읽어도 춥고 배고프고



그런데 시를 읽고 있으면

슬픔도 외로움도 다 숨어 버려서 좋아



눈오는 날 시를 읽고 있으면

눈에 파묻힌 집에서 사는 것 같아서 좋아



시는 세월처럼 짧아서 좋아


구세군 냄비 옆에서 시주 받던 스님 왈!

추운 날씨에도 변함없이 구세군은 종을 딸랑이며 온정어린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스님이 지나가다가 그곳에 멈춰 섰다.

바랑을 주섬주섬 풀고 구세군 냄비 옆에 주저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받기 시작했다.

목탁소리와 종소리가 오묘하고 조화롭게(?) 울려 퍼지고, 구세군들은 얼핏 당혹스러웠으나 곧바로 평상심을 찾고 계속 종을 흔들었다.  

종소리와 목탁 소리~~~~

시간은 흐르고....

구경꾼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심리란 참 이상한 것이다.

기독교와 불교꾼들이 모여 들고, 양편으로 나누어져 소리 없는 호기심의 응원전(?)이 펼쳐진다.

“이쪽 이겨라!”  “저쪽 이겨라!” 사람들은 응원의 뜻(?)으로 이 쪽과 저 쪽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한 명 또 한 명...

그러면서 은근 슬쩍 어느 쪽에 돈이 더 모이나 보는 것이었다.

양측 진영은 상대편에지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계속 기부금을 몰아넣었다.

말도 안 되게 돈은 쌓여갔다.

어이가 없었다.

한참 후, 스님은 시주를 멈추고 주위를 힐끗 쳐다보고는 돈을 세기 시작했다.

뭉칫돈이 장난이 아니었다.

숨이 멎었다.

곧이어 스님은 짐을 싸들고 돈을 덥석 집어 들었다.

스님은 계면쩍은 듯 씨익 웃으면서 그 시줏돈을 모두 구세군 냄비에 집어넣고는 손을 탁탁 털며 “나무아비타불” 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소리 없는 아우성은 순간 멎었고...

쳐다보던 사람들은 모두 허탈해하거나 감격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머리에 총을 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
올 한 해가 이렇게 좋은 일로 마무리되고, 새해가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옳으냐?’, ‘네가 옳으냐?’는 범인(凡人)의 편견에서 나옵니다.

예수님과 부처님 경지에서 진리는 하나입니다.

그것은 사랑과 나눔입니다.

불우한 이웃을 사랑하고,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또 내가 가진 것을 나누려는 마음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부처님의 자비가 강물처럼 흐르는 행복한 마음으로 저물어가는 올해를 되돌아보시며 사랑과 자비에 대한 결산을 해보심이 어떨지 권해봅니다.


일요일에는 수많은
즐거움이 함께 하시고

차 한 잔의 여유로움 속에
기쁨이 2배가 되는
활짝 웃는 하루 보내십시요.

*조심 조심 눈길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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