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가두는 일
[구름을 가두는 일 / 박동환] 비가 내리는 날 집안에 처박혀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템포가 빠르게 때론 느리게 경쾌한 왈츠가 되었다 느리고 웅장한 교향곡이 되었다 구름 지휘자의 손이 분주하다 창문 너머는 전쟁처럼 빠르게 빗물이 침투하고 집안은 전선에서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다 티브이에는 미군이 시작한 전쟁에서 도망하듯 활주로를 빠르게 벗어나고 버려진 나라 사람들의 아우성과 울부짖는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창 밖은 처량한 빗소리만 가득 울린다 저 지독한 구름은 누구를 위해 거세게 쏟아지는 것일까 개미 한 마리가 빗물에 쓸려 하염없이 떠내려가고 푸른 물기를 잃은 나뭇잎과 함께 물길을 따라 흙탕물에 뒹군다 구름을 가두고 싶은 충동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가두기 위해 흐려진 창을 닫고 돌아선다 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