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음

정월대보름 시모음

뉴우맨 2022. 2. 15. 22:54

정월 대보름에 관한 시모음 9)
 

빗눈 내리는 정월 대보름     /보하 이문희


한 겨울 모진 가믐 씻어내고
빗눈 내리는 정월 대보름 밤
운수대통 만사형통 온 가족
건강을 담보한 행운을 빈다


雨水에 얼음 녹드시 새 싹
땅위의 더러운 것들 씻어내고
빨간 꽃망울 수줍은 젓꼭지
방글방글 피었으면 좋으련만


아직 채 녹지 않은 시냇가
살얼음 속 청량한 물소리 반주에
버들치가 꼬리 흔들며 봄맞이
파아란 하늘을 날고 싶은데


한 발만 잘 못 내 디디면
천애 낭떠러지 절벽 끝
어디가 바닥인지 분간 못하는
깜깜한 철책선 사슴 한 가족


칠천만 가련한 민족 혼
일억사천만 두 손 모아 비는
중천에 높이 뜬 종달새 노래
목 타게 그리운 봄이 오는 소리




정월 보름달     /娥蓮(아연)오인숙


일기예보에 흐렸어
올해는 '달 보기 힘든 다더라'
포기를 했다
달이 달이지 뭐
언제나 달은 뜨는 것


하늘을 보았다
달이 떠 있다
동그란 둥근 달이 아닌
약간 일러진 모습
나뭇가지 걸렸어, 힘겨워한다


세상 사람들 소원이 무거워
다 들어 줄 수 없음에
얼굴이 일그러졌나 보다
나마저 무겁게 할 수는 없어


얼기 설깃 엉킨 전깃줄에
달을 걸어 두고 돌아왔다




대보름 귀밝이술    /태안 임석순


정기(精氣)를 나누고
부럼 깨고 정(情)을 나누는 달
조상께 차례(茶禮)
제사 지주(祭祀之酒) 올렸네


아침 밥상 머리
남녀노소 귀밝이술 마셔라
아이들은 입술, 술 묻혀
“귀 밝아라, 눈 밝아라.”
덕담 되어주노니
함께 밥자리, 술자리
가족 화평, 화목 되어라


고유 전통 영원할 지니
우리의 멋! 노~옵~게 되살려
옆집, 앞집, 뒷집 이웃 동네 돌며
정(情)을 나눠 보자꾸나
오곡백과 조화되어
지화자! 좋을 씨구~
나누고 나누어라.


*제주(祭酒) = 귀밝이술 = 청주
*주정(酒正), 청주 ‘제사 지주(祭祀之酒)’
*정조차례(正朝茶禮)에 올린 제주 사용.




정월 대보름날     /김정택


휘영청
보름달의
소식이 깜깜하다


구름이
시샘하여
온종일 우는걸까


허공의
문 활짝 열어
너를 찾아 가련다


바람은
오고 가며
저리도 가볍는데


해마다
쌓인 염원
무게만 더해가네


중생의
아둔한 소원
달님에게 빌고 빈다.




내 더위 사가라     /전영금


정월 열나흗날
오곡밥에 아홉 가지나물로
겨울 기운을 떨어내고
보름날 아침이 오면
일어나지도 않은 친구 이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


친구는 깜짝 놀라
속상해하며 또 다른 친구한데 가서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 더위를 판다
그걸 보고 내가 너무 야비했나
나도 속상해했다


더위를 사간 친구는
더위를 또 다른 친구에게 팔기 위해
골목길을 누벼야 했던 친구들
이렇게 보름날 더위를 팔고 사다 보면
어느새 꽃피는 봄이 오곤했다


내 더위 사가라
올해는 누구에게 팔까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보름날엔 달을 보고 네 이름 부르며
친구야 미안했다
올해는 네 더위 내가 사갈게...




정월 대보름 밤      /유등자


꽃갈모자 상모 머리 춤추는
풍물단 추동리 사람들
장구 징 꽹과리 신나게 두드려 준다


대보름 밤 장독대 촛불 켜 놓은 고사떡
시루채 들고 나와


추동 골 나무 어른 가랑이 밑에 놓고
백 년 허리 새끼줄에 붉은 고추 달아주고
논농사 풍년에 백 살까지 살겠다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아녀자들 삼삼오오 줄을 지어
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낳으면 좋겠는데
은하수 절구 찧는 달빛 아래 시는 흐르고
무명실 타래 꼬아놓고
고사 올리고 풍장 치고


귀 밝은 술 마시며 기우는
정월 대보름 밤 축제
논두렁에 집 불 깡통
불씨들이 솟아오르고


온 마을 평안과 소원 기원하며
역풍에 갈 곳 잃은 한반도 아픔 설움
백 살 나무 어른 혼령님께 두 손 모아...




대보름     /노정혜


둥근달이 두둥실
동산에 올라 소원을 빌었던 대보름

봄이 오면
농사일에 힘들라

오곡밥에 말려둔 나물 반찬
보름날에는 하루 5식을 먹고
힘을 채우라 힘을 채우라



달님께 빌고 빌어
걱정 근심은 없다

동네마다 잔치

집 불놀이 윷놀이
그네 뚜기



지금은
대보름이 외로운 도시

교회에서
오곡밥에 나물 반찬 과일

대보름이 행복하다





정월 대 보름날     /허정인

오직 하나 둥근 달 속에다
어릴적 놀던 동무들 묻어 놓았지

영옥이 향옥이 홍자 미숙이
시집가서 죽은 그 친구도

가슴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그 맑던 달빛 그 맑던 눈동자들

달도 배부르고 우리도 배부르던
정월 대 보름날

오늘은

묻어둔 그리움들 캐어 볼 거야
바닷물도 달빛으로 춤추며 놀던

그 신비
그 아름다움도.





대보름     /김재덕


관솔을
넣은 깡통 횃불을 돌리다가
때때옷 불똥 튀고 대갈빡 커진 혹에
아이고 어찌할까나
보름달이 웃는다


나물을
걷어다가 가마솥 비벼 먹고
살얼음 식혜 맛에 조상님 부러울까
부엉이 으슥한 울음
하얀 눈썹 설렌다




보름놀이     /이원문


하나 둘 그렇게 슬며시 가버린 날
그날은 갔어도 놀이는 남아 있다
밝음에 숨은 놀이 누가 찾아 데려 올까
보름달에 소원 비는 어머니가 찾아 줄까


방 안에 등잔불 대청 마루에 호야등불
대문 밖 마당 보름달에 환하고
이 보다 더 밝은 것은 달 보는 마음이었다
논가에 냇가에 떠들썩 대는 아이들


한낮 제기 윳 놀이에 그리 떠들어 대더니
밤 되니 밥 훔치고 그 어둠에 짚불놓고
돌리는 깡통 불이 보름달만이나 할까
성화불 보는 아이들 싸움박질에 울고 웃는다




정월 대보름의 추억     /이재환


정월 대보름 때면
뒷산에 올라가
광솔을 준비하고
통조림 빈 깡통으로
망우리 준비를 했지


보름달이 둥글게
떠올라 환하게 비추면
오곡밥을 일찍 먹고
집앞 논 밭으로 나가
망우리를 돌렸지


논에 불을 지펴놓고
빈 깡통에 숯덩이와
광솔을 넣고
망우리를 돌리던
그 때가 생각난다


보름달과 망우리
불빛이 어우려지고
빙빙 돌리다 하늘향해 던지면
불덩이가 흩어져
장관을 이룬다


망우리가 끝나면
쥐불놓기도 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달집 태우기로
온 동네가 들썩 됐지


정월 대보름 날이면
이웃집 다니며
오곡밥 얻어 먹고
망우리 싸움 놀이
그때가 그립고 생각난다




정월 보름날     /장종섭


작년 대보름에
떠올랐던 복스러운
그달이 또 뜨면 좋겠네


왜냐하면


빌고 빌었던 나의
잘못과 소원을
올 보름에도 사정하면


마음 약하여
외상을 주시는
슈퍼 할머니 같기
때문이다.




정월 대보름날      /김원규


오곡밥과 묵은 나물 하나하나에
어머니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겨울 동안 잃었던 입맛을 되살려주는
어머니의 지혜를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대보름날 소는 나물까지 주니 신나고
개에겐 밥을 한 끼도 주지 않고 굶겼으니
보름날 개 팔자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저 동산 위에 둥근 달이 떠오르면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로 해요
아마도 밝은 달님은 우리들의 소원을 들어주시겠지요.




대보름날에      /이해병


월출산 위 붉고 둥근 보름달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달빛을 흔들며 어디론가
날아가는데


이웃집 강아지는 꼬리 치며
사람들을 반긴다


수정 수 흘러가는 금강물 따라
어릴 적 친구들 함께 놀던 생각


관솔 쥐불 윙윙 돌리고
오곡밥 사이좋게 먹으며
부럼 깨물어 나누던 우정


휘영청 밝은 달빛 속에
모두 안녕하신지
지난 추억 살포시 꺼내보며


건강히 무탈하게
잘 지내시라고
안부 전하는 옛친구의 마음
여기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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