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음

가을의 시모음

뉴우맨 2021. 9. 21. 20:44



+ 가을/손동연

코스모스가
빨간 양산을 편 채
들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ㅡ 얘
심심하지?
들길이 양산을 받으며
함께 걸어가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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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남호섭

시골 갔다 오던
버스가 갑자기 끼이익!
섰습니다.
할머니 자루에
담겨 있던
단감 세 알이
통, 통, 통
튀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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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윤이현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옥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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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편지/유안진

들꽃이 핀다
나 자신의 자유와
나 자신의 절댈서
사랑하다가 죽고 싶다고
풀벌레도 외친다
내일 아침 된서리에 무너질 꽃처럼
이 밤에 울고 죽을 버러지처럼
거치른 들녘에다
깊은 밤 어둠에다
혈서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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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 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
+ 가을에/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하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너와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성한 잎드이 그러하듯...
아,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홀로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멀리서 혼자 바라만 본다는 것
허공을 지키는 빈 가지처럼
가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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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어가는 가을/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
+ 씨앗/허영자

가을에는
씨앗만 남는다
달콤하고 물 많은
살은
탐식하는 입 속에 녹고
단단한 씨앗만 남는다
화사한 웃음
거짓 웃음
거짓말
거짓 사랑은 썩고
가을에는
까망헤 익은
고독한 혼의
씨앗만 남는다
===========================
+ 가을/강은교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었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으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바람 불던 날 살짝 가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물을 줍고 있었고
뒤에 있던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이 말했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
+ 가을의 기도/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리며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가을에는 홀로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이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
+ 가을꽃/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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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햇볕/안도현

가을 햇볕 한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듯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면 밥 비벼 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
=========================
+ 너에게/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으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녁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구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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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을에는/김남주

이 가을에 나는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오랑 묶여 손목이 사슬에 묶여
또 다른 곳으로 끌려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번에는
전주 옥일까 대전 옥일까 아니면 대구 옥일까

나를 태운 압송차가
낮익은 거리 산과 강을 끼고
들판 가운데를 달리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
따가운 햇살 등에 받으면 저만큼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 어머니의 밭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
숫돌에 낫을 갈아 벼를 베고 있는 아버지의 논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 내려
염소에게 뿔싸움을 시키고 있는 아이들의 방죽가로 가고 싶다
갓 그들과 함께 나도 일하고 놀고 싶다
허리 이 손목에서 오라 풀고 사슬 풀고
발목이 시도록 들길 한번 나도 걷고 싶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리고 논둑길 밭둑길을 내달리고 싶다
가다가 목이 마르면 샘물에 갈증을 적시고
가다가 가다가 배라고 고프면
하늘로 웃자란 하얀 무를 뽑아 먹고
날 저물어 지치면 귀소의 새를 따라 나도 가고 싶다 나의 집으로

그러나 나를 태운 압송차는 멈춰주지를 않는다
내를 끼고 강을 건너 땅거미가 내리는 산기슭에 돈다
저 건너 마을에서는 저녁밥을 짓고 있는가 연기가 피어오르고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으 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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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으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으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힝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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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날/노혜경

오늘 하루는 배가 고파서
저녁 들판에 나아가 길게 누웠다
왜 나는 개미가 되지 못했을까
내가 조금만 더 가난했다면
허리가 가늘고 먹을 것밖에는 기쁨이 없는
까맣고 반짝거리는 벌레였다면
하루 종일이 얼마나 행복할까 먹느 일 말고는
생각해야 할 아무런 슬픔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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