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그리운 옛날옛날

뉴우맨 2023. 6. 19. 23:58



🌾 보릿고개~

나는 가난한 시골 동네에서
나서 자랐다.

춘궁기가 되면 우리 마을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리밥은 그나마 여유 있는  
사람 집 얘기로 그 당시
보리는 쌀 다음의 주곡으로
긴 세월동안 애환을 같이 해왔다.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늦봄 춘궁기 보릿고개는 우리
조상들이 운명처럼 겪어야했던
인고의 잔혹사, 바로 그것이었다.

해마다 이 맘때가 되면 양식이
바닥나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일이 다반사였기에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니로다’라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시구(詩句)로
배고픔의 고통을 탄식하곤 했다

이 시기에는 나무껍질이나
풀뿌리를 먹으며 연명하다 보니
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성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탈이 나고 심각한 변비를 일으켜
볼일을 볼 때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도 그때
생겼다고 한다.

양식이 바닥나다 보니 보통은
조밥을 먹었는데,그 좁쌀마져
떨어져 갈 때 쯤이 가장
배가 고프고 힘이 들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계절은
늦 봄시절이라 산과 들에 꽃이 피고,
앵두나무엔 주렁주렁
앵두가 빨갛게 익어갔다.
우리 집 뒷마당엔 큰 앵두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 해에는 가지가 부러질
만큼 많은 앵두가 열렸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등교하는 나에게 엄마가
도시락을 건네주시면서 그러셨다.

"오늘 도시락은 특별하니 맛있게 먹거라."

점심시간이었다.
특별해 봤자 꽁보리 밥이겠거니
하고 도시락을 열었더니 도시락이
온통 빨강 앵두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좁쌀마져도 떨어져 새벽같이
일어난 엄마가 땅에 떨어진 앵두를
주워 도시락을 채운 모양이었다.

순간 창피했다.
나는 도시락 뚜껑을 열어둔 채로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고 말았다.

아이들이 놀리는 소리로 교실이
떠들썩해지자 선생님이 다가오셨고
상황을 판단한 선생님이
내게 제안을 하셨다.

"와~맛있겠다. 이 도시락
내 거랑 바꿔 먹자 !”

그리고는 나에게 동그란 3단
찬합 도시락을 건네셨다.
1단에는 고등어 조림,
2단에는 계란말이,
그리고 3단에는 여러 가지
반찬과 쌀밥.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눈
깜빡할 사이에 도시락을 비웠다.
먹으면서도  왜 그렇게 서럽게
눈물이 나던지..
선생님께서도 앵두를 남김없이
다 드셨다.

그날 집에 오자마자 나는
도시락을 내던지며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엄마!
차라리 도시락을 싸지 말지.  
창피하게  그게 뭐야!”  
하지만 엄마는 듣는 둥 마는 둥
딴소리를 해대셨다.
“그래도 우리 아들 앵두 다 먹었네!”  

나는 엄마가 밉고 창피스러워
저녁 내내 울다가 잠이 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부엌에서 엄마의 설거지하는
소리에 깨어났다.

문틈으로 살짝 내다보니 내
도시락을 씻던 엄마가 옷고름으로
입을 틀어막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계셨었다.

찢어지는 가난에 삶이 괴롭고
어려워도 내색하지 않던 울엄마..
자식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울음마저도 숨죽여
울어야 했던 울엄마..

자식에게 앵두 도시락을 싸줄
형편에 그 앵두라도 배불리
드셨겠는가!

엄마는 가끔씩 나에게
장난처럼 물으셨다.

“나중에 크면 이 엄마에게
쌀밥에 소고기 사줄거지?”  

이제 내 나이 마흔이다.
결혼도 해서 그 때 나만한
아들도 두었다.

쌀밥에 고기가 지천인 세상이고
서민들도 다 먹는 세상이 되었건만..
그토록 씰밥에 소고기국을 먹고
싶어 하셨던 엄마는 이미 저 세상으로
가셔서 이 세상엔 안 계신다.

생각하면 그립고 죄송하지만,
없어서 싸주지 못하는 도시락
통을 씻으며 눈물을 삼키셨던
어머님을 두고 투정을 부렸던
철부지 옛날 생각에 후회되고
서러워서 눈물이
어른거린다.

엄마, 죄송해요
울 엄마~~♧♧
     --좋은글 중에서--

@보릿고개(진성)~
https://youtu.be/Gw2g8JHz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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