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음 87

봄시 모음

봄 /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어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봄 / 한하운 제일 먼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좁은 지역에도 한포기의 꽃을 피웠더냐. 하늘이 부끄러워, 민들레 이른봄이 부끄러워 새로는 돋을 수 없는 밝안 모가지 땅속에서도 옴돋듯 치미는 모가지가 부끄러워. 버들가지 철철 늘어진 초록빛 계절 앞에서 겨울도록 울다 가는 청춘이요, 눈물이요. 그래도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은 한번밖에 없는 자살을 아끼는 것이요. 봄 / 김용택 바람 없는 날 저문 산머리에서 산그늘 속을 날아오는 꽃잎을 보았네 최고 고운 몸짓으로 물..

좋은 시 모음 2022.05.26

그늘 이불 외 4편

■□ 시인의 자선시 그늘 이불 외 4편 장 순 금 저녁이 쓰고 남은 손바닥 만 한 온기에 그늘이 집을 지었다 한 번도 홀로 햇빛 속에 서 보지 못한 담벼락과 골목과 구석이 함축된 더듬더듬 어눌한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막다른 길 앞에 납작 엎드린 한 번도 젖어보지 못한 속내 안까지 샅샅이 비춘 햇살의 낯 뜨거운 흰 뼈들이 백야의 긴 밤을 오가도 등 뒤의 새벽은 보지 못해 지평은 밤을 나와 달빛 속 외딴방을 지나 홀로 노숙하는 저녁에 몸을 기댔다 지상에 지분 없는 남루한 발들이 평화 한 평 그늘로 들어가 이불을 덮을 때 뜬구름을 덮고 자던 허공이 온기로 데워진 그늘을 한 겹씩 끌어당겨 제 발등을 덮고 있었다 아브라함 병원 황금색 고딕체 간판이 우뚝 선 아브라함 병원 불임 노산 전문 병원이 상가에 들어섰다 주..

좋은 시 모음 2022.05.25

너를 보면 사랑하고 싶다

♡너를 보면 사랑하고 싶다♡ 詩 박현영 너를 보면 사랑하는 이 앞에 진홍빛 꽃으로 피어나고 싶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애절한 마음이 진달래꽃으로 발갛게 피었나 보다 뚝뚝 흐르는 꽃잎이 입술을 적시고 새큼한 향이 온몸을 타고 내려 발길을 뗄 수가 없었다 온 산을 태우고도 모자라 가슴을 발갛게 태우는 진달래 너를 보면 영혼을 사르어 사랑하고 싶다 ♡♡♡♡♡♡♡♡♡ 2022년 5월 12일 시인님 탄생일이네요 기쁜 마음으로 시 한 편 놓아봅니다. (((♡☆*> 꽃 / 나태주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내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좋은 시 모음 2022.05.12

좋은 사람

좋은 사람 / 연심 박순옥 인품이 좋고 향기가 좋은 사람은 커피 앞에 있어도 커피보다 더 향기롭다 남과 여 / 연심 박순옥 내 곁에 서성거리고 있는 너 어쩌면 좋을까 미워할 수도 없고 뿌리칠 수도 없고 매몰차게 돌아서갈 수도 없네 하루에도 수없이 너의 향기에 자꾸자꾸 끌러가는 이 마음 어쩌면 좋니? 그냥 그냥 살포시 안아 줄게 너는 남자 해 나는 여자 할게 품다 /연심 박순옥 커피를 내리고 가을을 품었더니 마음에도 찻잔에도 단풍잎이 보이고 아름다운 가을이 보인다

좋은 시 모음 2022.05.08

울산 바다와 시

울산 바다와 시 비 내리는 날! 시인들 가슴을 적시는 시향을 느껴보실까요? 시인들 가슴을 촉촉하게 했을 비를 담은 시어들을 통해 어떤 추억들이 소환되는 지 잠시 눈을 감고 기다려 보세요. ​ 저는 갤러리를 뒤적이다 보니 언니와 함께 갔던 #울산바다가 들어 옵니다. ​ 울산에 사는 친구가 하루를 시간내서 언니와 저를 위해 함께 해준 소중한 시간을 소환 했답니다. ​ 아침에 맑던 날씨가 오후부터 단비가 내려 바람에 파도가 더 거세어지던 모습이 훤하네요. 비와 바다 그리고 사랑은 아프다! 이도연 포구의 바다는 멀고도 가까웠다 바다가 울었고 섬은 스스로 비에 젖어 ​ 차가운 고통이 파도에 섞여 울음 울고 멍들어 젖은 눈은 물빛보다 슬프다 ​ 눈물방울 사이로 동공이 열려 백색 광선이 빛나고 바다에 시선이 머물다 ..

좋은 시 모음 2022.05.08

.사랑에 관한 시 20편 모음

사랑에 관한 시 20편 모음 당신을 좀 더 사랑할 걸 그랬었나봅니다 / 受 天 김용오 눈감으면 어느새 내 앞에 오시어 빙그레 미소 짖는 당신 주머니 속에 두고두고 넣어두고 보고 싶을 때면 꺼내어 보고 싶었던 그런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노라면 얼굴에 타고 흐르는 눈물이 이렇듯 고운 줄난들 어찌 알았겠습니까 눈을 떠 보니 수선화이듯 곱게 피어 앉아 계시던 당신의 자리에는 자지러지는 그리움만 멍하니 앉아 있었지 뭡니까 부서지는 그리움에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흘리는 눈물이 밤하늘에 별들이 되어 아름다운 은하계가 될 줄을 이점 또한 난들 어찌 알았겠습니까 영롱한 별들을 만들어 흩뿌리는데 내 그토록 찾아 헤매는 당신만 왜 대답이 없는지요 아! 당신이 이토록 그리운 별 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당신을..

좋은 시 모음 2022.05.05

가슴에 내려앉는 시모음

목숨의 노래/ 문정희 당신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습니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내걸었습니다 처음과 끝 가고 싶었습니다 맨발로 구두가 남겨졌다/ 나희덕 그는 가고 그가 남기고 간 또 하나의 육체 삶은 어차피 낡은 가죽 냄새 같은 게 나지 않던가 씹을 수도 없이 질긴 것 그러다가도 홀연 구두 한 컬레로 남는 것 그가 구두를 끌고 다닌 게 아니라 구두가 여기까지 그를 이끌고 온 게 아니었을까 구두가 멈춘 그 자리에서 그의 생도 문득 멈추었으니 얼마나 많이 걸었던지 납작해진 뒷굽 어느 한쪽은 유독 닳아 그의 몸 마지막엔 심하게 기우뚱거렸을 것이다 바닥에 가 닿는 소리 생이 끝나는 순간에야 듣고 소스라쳤을지도 모른다 짧다 구두 한 컬레 그 속에 그의 발이 연주하던 ..

좋은 시 모음 2022.04.26

인생에 관한 시모음

인생에 관한 시모음 인생 / (이기철.시인, 1943-) 인생이란 사람이 살았다는 말 눈 맞은 돌맹이처럼 오래 견뎠다는 말 견디며 숟가락으로 시간을 되질했다는 말 되질한 시간이 가랑잎으로 쌓였다는 말 글 읽고 시험치고 직업을 가졌다는 말 연애도 했다는 말 여자를 안고 집을 이루고 자식을 얻었다는 말 그러나 마지막엔 혼자라는 말 그래서 산노루처럼 쓸쓸하다는 말 사는게 꼭 정기적금 같다 / (김시탁.시인, 1963-) 사는 게 꼭 정기적금 같다 원금 갚고 이자 물고 제 날짜 넘기면 연체료 물고 정기적금은 벅차면 해약도 하지만 우리 삶은 지치면 중도해지 할 수 있을까 살아온 시간 정산하고 살아갈 시간 반납하면 해약할 수 있을까 해약 환불금 같은 것도 받아낼 수 있을까 사는 건 꼭 평생 상환사채 대출 같은 것...

좋은 시 모음 2022.04.26

이외수 시모음

https://blog.naver.com/eyp1955/222534966369 시모음@이외수(李外秀) 01.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 blog.naver.com 이외수 시 모음 34편 ☆★☆★☆★☆★☆★☆★☆★☆★☆★☆★☆★☆★ 12월 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라하 회개하라 폭석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 다들 ..

좋은 시 모음 2022.04.26

봄바람 난 년들

봄 바람난 년들 /권나현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대는디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 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마른 제비꽃년들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 쩌그 진달래년 주딩이 좀 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만! 그려 ~ 워쩔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혀라. 보소! 시방 이라고 있을 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밴질밴질한 낮..

좋은 시 모음 2022.04.23